Yosm

모두 다 사랑하리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의심과 불확실성에 사로잡히기 시작했고,

그래서 이제는 수치로 증명되는 데이터에만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영혼은 그저 속임수라는 믿음이 일반화되고,

세상에는 실리주의만이 유일한 생존 방식이
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밑도 끝도 없는 ‘사랑의 서약’을 갈구하고,

속절도 없는 ‘영원한 사랑’ 앞에만 서면 한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현대 과학은 이미 누군가를 특별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단지 도파민의 분비에 따른 착시 현상일 뿐이며,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것 역시

그저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분비량에 이상 현상일 따름이라는

숱한 생물학적 증거들을 쏟아 내놓고 있지만,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깊은 사랑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참 이상한 세상입니다.

 

그리고 진짜 더 이상한 것은,
모두가 그토록 사랑에 난리 블루스인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소비자 10명 중 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랑하고 싶어 죽겠다면서도,

정작 사랑하고 있지 못하다 합니다.

 

10명 중 5명은 사랑이 제일 힘들었다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과거로 다시 돌아가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또 사랑이라 합니다.

 

10명 중 9명이 이젠 사랑에 환멸을 느낀다며
태연한 척을 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부럽다고 합니다.

 

정말로 이상한 세상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가장 큰 사건, 혹은 유일한 사건이다.”

– 스탕달(Stendhal) –

 

 

또, 지난 11월,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2030 미혼남녀 416명을 대상으로,

‘당신이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를 물었더니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한 것이 바로
‘다시 사랑하고 싶다’였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학창 시절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또 물었더니,

전체 2위였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 (21%)’ 보다도

훨씬 더 많은 39.7%가 바로
‘사랑을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라 응답했다 합니다.

 

사랑이 이처럼 난리일진대, 사랑을 밑천으로 하는 장사라고
어찌 잘 안될 수 있겠습니까?

이제 결혼 컨설팅같은 장사는 그야말로
고전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픽업 아티스트라는 직종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회당 평균 10~40만 원이라는 수강료를 지불하고

사랑의 방법들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줄을 선다고 합니다.

 

사랑에 관한 노하우를 전파하는 비즈니스는

출판과 TV 프로그램에서도 엄청난 인기몰이 중입니다.

‘마녀’라는 단어를 세간에 유행시킨 JTBC ‘마녀사냥’은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이
4%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채널 tvN의 연애 상담 프로그램 ‘김지윤의 달콤한 19’도

최근 케이블 채널, 위성TV, IPTV 통합시청률 조사에서
동시간대 위를 차지하였고,

진행자인 김지윤의 연애 특강은 팟캐스트 다운로드 1위,

유튜브 조회 수는 8만 건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분명 역사상 유례없는
‘사랑의 전성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또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완성한 유물론적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육체만이 유일한 실체이고,

인간의 영혼이란 그저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사랑은 완전히 생물학적 현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 가고 있는 현재의 포스트모던적 세상은

지극히 세속적이고, 물질적이며, 상업적인 세상입니다.

당연히 유물론적 입장에 더 가깝습니다.

더욱이 오늘날의 세상은 의심과 불확실성이 판을 치고,

실용주의와 실리주의가 모든 것에 우선합니다.

따라서 확실한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수긍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런데 어찌 사랑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계시에
사람들은 이처럼 목 말라 하며,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성황리에
연이은 매진 사례들을 기록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저희가 이 시대적 아이러니를
한 번 파헤쳐 보고자 나섰습니다.

함께 가 보시죠.

 

 

“누가 나에게 왜 그를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밖에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그였고, 내가 나였기 때문이라고.”

– 몽테뉴 (Montaigne) –

 

 

 

 

Minority Report Vol. 003

“모두 다 사랑하리”

 

Date 2016

Tabloid Size 35cm X 55cm

Printed on the paper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의심과 불확실성에 사로잡히기 시작했고,

그래서 이제는 수치로 증명되는 데이터에만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영혼은 그저 속임수라는 믿음이 일반화되고,

세상에는 실리주의만이 유일한 생존 방식이
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밑도 끝도 없는 ‘사랑의 서약’을 갈구하고,

속절도 없는 ‘영원한 사랑’ 앞에만 서면 한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현대 과학은 이미 누군가를 특별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단지 도파민의 분비에 따른 착시 현상일 뿐이며,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것 역시

그저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분비량에 이상 현상일 따름이라는

숱한 생물학적 증거들을 쏟아 내놓고 있지만,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깊은 사랑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참 이상한 세상입니다.

 

그리고 진짜 더 이상한 것은,
모두가 그토록 사랑에 난리 블루스인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소비자 10명 중 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랑하고 싶어 죽겠다면서도,

정작 사랑하고 있지 못하다 합니다.

 

10명 중 5명은 사랑이 제일 힘들었다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과거로 다시 돌아가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또 사랑이라 합니다.

 

10명 중 9명이 이젠 사랑에 환멸을 느낀다며
태연한 척을 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부럽다고 합니다.

 

정말로 이상한 세상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가장 큰 사건, 혹은 유일한 사건이다.”

– 스탕달(Stendhal) –

 

 

또, 지난 11월,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2030 미혼남녀 416명을 대상으로,

‘당신이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를 물었더니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한 것이 바로
‘다시 사랑하고 싶다’였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학창 시절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또 물었더니,

전체 2위였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 (21%)’ 보다도

훨씬 더 많은 39.7%가 바로
‘사랑을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라 응답했다 합니다.

 

사랑이 이처럼 난리일진대, 사랑을 밑천으로 하는 장사라고
어찌 잘 안될 수 있겠습니까?

이제 결혼 컨설팅같은 장사는 그야말로
고전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픽업 아티스트라는 직종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회당 평균 10~40만 원이라는 수강료를 지불하고

사랑의 방법들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줄을 선다고 합니다.

 

사랑에 관한 노하우를 전파하는 비즈니스는

출판과 TV 프로그램에서도 엄청난 인기몰이 중입니다.

‘마녀’라는 단어를 세간에 유행시킨 JTBC ‘마녀사냥’은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이
4%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채널 tvN의 연애 상담 프로그램 ‘김지윤의 달콤한 19’도

최근 케이블 채널, 위성TV, IPTV 통합시청률 조사에서
동시간대 위를 차지하였고,

진행자인 김지윤의 연애 특강은 팟캐스트 다운로드 1위,

유튜브 조회 수는 8만 건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분명 역사상 유례없는
‘사랑의 전성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또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완성한 유물론적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육체만이 유일한 실체이고,

인간의 영혼이란 그저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사랑은 완전히 생물학적 현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 가고 있는 현재의 포스트모던적 세상은

지극히 세속적이고, 물질적이며, 상업적인 세상입니다.

당연히 유물론적 입장에 더 가깝습니다.

더욱이 오늘날의 세상은 의심과 불확실성이 판을 치고,

실용주의와 실리주의가 모든 것에 우선합니다.

따라서 확실한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수긍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런데 어찌 사랑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계시에
사람들은 이처럼 목 말라 하며,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성황리에
연이은 매진 사례들을 기록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저희가 이 시대적 아이러니를
한 번 파헤쳐 보고자 나섰습니다.

함께 가 보시죠.

 

 

“누가 나에게 왜 그를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밖에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그였고, 내가 나였기 때문이라고.”

– 몽테뉴 (Montaigne) –

 

 

 

 

Minority Report Vol. 003

“모두 다 사랑하리”

 

Date 2016

Tabloid Size 35cm X 55cm

Printed on the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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