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sm

A Language of Fandom

빠순이.

 

‘대중문화 사전’은 ‘빠순이’를

[오빠 순이의 줄임 말로 오빠에 빠진 어린 여자아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빠순이’라 하면, 우리는 대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보기 위해

학교도 안 가고 방송국이나 체육관 혹은 스타의 집 앞에서

몇 날 며칠을 기거하며 야단법석을 떠는
소녀 팬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Fandom이라 하면 우리는 그저
별난 아이들의 일탈 행위쯤으로 폄하하거나,

혹은 그저 몇몇 열광자들의 요란스러움 정도로
치부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2018년 현재,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와 ‘빅뱅’의 팬클럽에

공식적으로 가입한 회원들의 수만
각 80만 명과 51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공식 팬클럽 회원 숫자가 이 정도이면 아이돌마다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하는 비공식 팬클럽에 가입한 회원들,

그리고 어떤 팬클럽에도 가입하지 않은
국내 일반 빠들과 해외 빠들의 숫자까지 더해 보면

그들의 규모는 아마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요즘 대세라는 ‘방탄소년단(BTS)’의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BTS의 공식 팬클럽 회원 숫자만 450만 명에 이르고,

트위터 팔로워 수는 1,28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참고로 Apple과 Amazon의 트위터 팔로워 숫자는

각 234만 명과 287만 명에 머물러 있는 수준입니다.)

과연 Time 誌가 ‘2018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왜 BTS를 선정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입니다.

 

그럼 도대체 대한민국 빠들의 전체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국내 20~50대 일반인 997명을 대상으로 샘플 조사를 해 보니,

놀랍게도 이들 중 무려 70.9%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인가의 ‘빠’임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이모 팬’, ‘삼촌 팬’, ‘누나 팬’들을 봐 왔기에

대략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될 줄은 생각했지만,

이 정도 규모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사람들 열에 일곱은

그동안 ‘일반인 코스프레’를 해온 ‘빠순이’, ‘빠돌이’인 셈입니다.

 

사정이 이쯤 되니, 브랜드들이
‘빠순이, 빠돌이’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브랜드들이 오히려 그들을
자사 활동의 모멘텀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아직은 대부분의 브랜드들에게 Fandom이란

유용한 마케팅의 하나의 수단 정도로 머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면,

대개 BTS 같은 글로벌 스타들은 도대체
어떤 마케팅으로 그런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

혹은 BTS 같은 팬 커뮤니티를 만들려면
어떤 마케팅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하는지와 같은

도구적 방법론에 질문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Fandom 현상이란 것을 그렇게 간단하게

Lesson-Learn 몇 가지를 추출해서
마케팅에 적용하고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들뢰즈’는 <탈주>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욕망이 있는 한,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삶, 다른 존재 방식,

그리고 지금의 나를 규정하고 있는 삶의 바깥을
꿈꿀 수밖에 없다.” 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만약 Fandom 현상이라는 것을
스타가 주는 단순한 판타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를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질서가 낡아 빠졌기 때문이며,

그래서 새로운 질서를 향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탈주’ 행위로 바라본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요?

 

우리의 삶이 ‘소비’로만 설명될 수 없듯,

Fandom이라는 것 역시 마케팅의 여부로만 이해하고,

마케팅의 관점으로만 설명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한 명의 마케터이지만,

이제는 우리가 그동안 고집해 왔던 고정관념들을
내려놓을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얻어 가는 것 보다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죠?

하지만, 만약 우리가 현재의 세상을
이전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규정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의 세상에서 우리가 진정 찾아야 하는 것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새로운 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비즈니스 문법’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상의 비즈니스 문법…

가만 생각해 보니, Brand가 Fandom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더 해 줘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단 한 번이라도 그들처럼, 그들과 함께, 그들과 동일한 무엇인가에

진정으로 ‘빠순이’가 되어 갈 때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이 순간, 그 무엇의 ‘빠순이’가 되어 계십니까?

 

Minority Report Vol.005

“A Language of Fandom”

 

Date 2018

Book size 15cm X 21cm

Printed on the paper

빠순이.

 

‘대중문화 사전’은 ‘빠순이’를

[오빠 순이의 줄임 말로 오빠에 빠진 어린 여자아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빠순이’라 하면, 우리는 대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보기 위해

학교도 안 가고 방송국이나 체육관 혹은 스타의 집 앞에서

몇 날 며칠을 기거하며 야단법석을 떠는
소녀 팬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Fandom이라 하면 우리는 그저
별난 아이들의 일탈 행위쯤으로 폄하하거나,

혹은 그저 몇몇 열광자들의 요란스러움 정도로
치부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2018년 현재,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와 ‘빅뱅’의 팬클럽에

공식적으로 가입한 회원들의 수만
각 80만 명과 51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공식 팬클럽 회원 숫자가 이 정도이면 아이돌마다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하는 비공식 팬클럽에 가입한 회원들,

그리고 어떤 팬클럽에도 가입하지 않은
국내 일반 빠들과 해외 빠들의 숫자까지 더해 보면

그들의 규모는 아마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요즘 대세라는 ‘방탄소년단(BTS)’의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BTS의 공식 팬클럽 회원 숫자만 450만 명에 이르고,

트위터 팔로워 수는 1,28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참고로 Apple과 Amazon의 트위터 팔로워 숫자는

각 234만 명과 287만 명에 머물러 있는 수준입니다.)

과연 Time 誌가 ‘2018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왜 BTS를 선정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입니다.

 

그럼 도대체 대한민국 빠들의 전체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국내 20~50대 일반인 997명을 대상으로 샘플 조사를 해 보니,

놀랍게도 이들 중 무려 70.9%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인가의 ‘빠’임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이모 팬’, ‘삼촌 팬’, ‘누나 팬’들을 봐 왔기에

대략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될 줄은 생각했지만,

이 정도 규모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사람들 열에 일곱은

그동안 ‘일반인 코스프레’를 해온 ‘빠순이’, ‘빠돌이’인 셈입니다.

 

사정이 이쯤 되니, 브랜드들이
‘빠순이, 빠돌이’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브랜드들이 오히려 그들을
자사 활동의 모멘텀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아직은 대부분의 브랜드들에게 Fandom이란

유용한 마케팅의 하나의 수단 정도로 머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면,

대개 BTS 같은 글로벌 스타들은 도대체
어떤 마케팅으로 그런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

혹은 BTS 같은 팬 커뮤니티를 만들려면
어떤 마케팅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하는지와 같은

도구적 방법론에 질문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Fandom 현상이란 것을 그렇게 간단하게

Lesson-Learn 몇 가지를 추출해서
마케팅에 적용하고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들뢰즈’는 <탈주>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욕망이 있는 한,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삶, 다른 존재 방식,

그리고 지금의 나를 규정하고 있는 삶의 바깥을
꿈꿀 수밖에 없다.” 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만약 Fandom 현상이라는 것을
스타가 주는 단순한 판타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를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질서가 낡아 빠졌기 때문이며,

그래서 새로운 질서를 향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탈주’ 행위로 바라본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요?

 

우리의 삶이 ‘소비’로만 설명될 수 없듯,

Fandom이라는 것 역시 마케팅의 여부로만 이해하고,

마케팅의 관점으로만 설명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한 명의 마케터이지만,

이제는 우리가 그동안 고집해 왔던 고정관념들을
내려놓을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얻어 가는 것 보다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죠?

하지만, 만약 우리가 현재의 세상을
이전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규정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의 세상에서 우리가 진정 찾아야 하는 것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새로운 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비즈니스 문법’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상의 비즈니스 문법…

가만 생각해 보니, Brand가 Fandom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더 해 줘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단 한 번이라도 그들처럼, 그들과 함께, 그들과 동일한 무엇인가에

진정으로 ‘빠순이’가 되어 갈 때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이 순간, 그 무엇의 ‘빠순이’가 되어 계십니까?

 

Minority Report Vol.005

“A Language of Fandom”

 

Date 2018

Book size 15cm X 21cm

Printed on the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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